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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22 [웆준] Hate or Hateless
  2. 2017.11.22 [원준] 금요일 밤
  3. 2017.07.26 [윤준] 입버릇 1
  4. 2017.07.23 [원준] 무제
  5. 2017.07.17 [홋준] 탐미주의자 2

[웆준] Hate or Hateless

2018. 2. 2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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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준] 금요일 밤

2017. 11. 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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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 입버릇 1

2017. 7. 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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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준] 무제

2017. 7. 2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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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준] 탐미주의자

2017. 7. 17. 17:52 from TEXT


16년 9월 월간 준른 원고



[홋준] 탐미주의자





1.별명은 권호시, 아니 권호구.

 

하여간 문준휘, 내가 아주 호구로 보이지?

 

맞는 것 같긴 하지만.

 

순영은 굳게 닫힌 미술대학 건물의 유리문을 노려보았다. 얘는 지가 부탁해서 사람이 이 추위에 떨고 있는데 왜 여직 안 나와. 시월 밤의 추위는 낮의 햇살에 반해 자비가 없다. 괜히 운동화 코를 세워 바닥을 툭툭 차는 순영의 손목에는 문준휘가 먹고 싶다는 주전부리가 채워진 비닐 봉투가 바스락대고 있었다.

 

나는 낮 수업만 듣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전공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가다가 중간고사 보기 전에 마지막이라며 승철이 형한테 덜미를 잡혀 학교 앞 곱창 집에 끌려갔고, 뭐 그렇게 도란도란 고기도 먹고 술잔도 주고받다가 슬슬 막차 시간을 계산하고 있을 즈음에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내가 또 감이 기가 막히잖아. 무용과 에이스 호랑이의 시선 호우쉬, 아 이건 좀 많이 갔나. 여튼 그걸 또 알딸딸한 와중에 캐치해서는. 슬쩍 꺼내 본 액정에 뜬 문준휘 세 글자에 아 형, 저 잠깐만요. 양해를 구하고 아닌 척 큼큼 목을 다듬고, 너무 바로 받는 건 좀 그러니까 속으로 3초 정도는 세다가

 

, ?”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받았다는 거다. 그런 나의 아무렇지 않은 척, 은 나만 아는 거지만

 

쑤녕아아.”

 

핸드폰을 넘어 들려오는 징징거리는 소리에 금세 걱정이 들어 버린다. 정확하지 않은 한국어 발음에, ‘ㅠㅠ하는 이모티콘이 딸려오는 것 같은 쳐진 목소리는 사실 얘한테 오는 연락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레파토리이지만 나는 매번 숨이 다 떨린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평범한 목소리를 연기하고

 

나 배고파.”

 

너는 또 아무렇지 않게 별 거 아닌 얘기로 나의 아무렇지 않은 척, 을 다 무안하게 한다.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시다바리 짓을 하고 있다. 야간작업을 한다고 실기실에 남았는데 혼자인데다가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문을 열고 나갈 순 있어도 들어가지는 못한다는 미술대학 건물에 갇힌 문준휘. 배는 고파 오지, 어쩌나 고민하다보니까 너가 생각나더라는 그 말에 선배와의 오붓한 술자리와 막차에 대한 고민 따위를 다 던져버리고 이렇게 학교에서 제일 높은 지대에 있다는 미대 건물까지 올라왔다는 얘기다. 야 권순영 이 호구 자식아, 이지훈이 이 꼴을 봤으면 딱 이렇게 말했을 거다.

 

, 문준휘 너!”

 

순영아~ 진짜 고마워!”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려오면 되는 거 다 아는데, 엘베를 만들어서 타고 오는지 한참만에 모습을 드러낸 준휘가 팔짝거리며 문을 열었다. 호구 잡힌 건 호구 잡혀주는 건데, 사람이 춥고 귀찮은 일을 하다보면 좀 따지고 싶어지니까 뭐라 말이라도 하려던 차였다.

 

밤공기로 식은 몸에 답싹, 준휘의 기다란 몸이 안겨들었다. 갑작스런 훈기와 다 크다 못해 대한민국 평균 신장은 훌쩍 뛰어넘는 사내놈 몸에서(당사자가 중국인이긴 하지만) 애기 분 냄새 같은 좋은 향기가 끼쳐드는 바람에 뻐끔 열렸던 순영의 입이 다물렸다. 내가, 고작 이런 걸로 기분이 풀렸다거나 그래서가 아니고. 애초에 사람이 좋아서 그런 거다, 권순영 인성이 갑이라서.

 

야 됐고, 나 막차 타러 가야되니까 빨리 이거 받어.”

 

사실 막차는 아까 전에 떠났다.

 

진짜? 근데 와준거야? 고마워, 내가 이 은혜 안 잊을게!”

 

발음은 어눌하면서 할 말은 또 잘도 한다. 게다가 가야된다는 사람 붙들고 놔주지도 않으면서 말로만, 아니 잠깐.

 

순영이 술 먹었어?”

 

큰 키만큼 긴 팔을 휘감아 매달린 문준휘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 너무 가까이.

 

, 어어. 승철이 형이랑 좀?”

 

순영의 왼쪽 어깨에 바싹 기댄 준휘의 얼굴이 목소리를 따라 돌아간 순영의 고개와 마주했다. 코 앞, 3센치가 될까 말까 한 거리. 순간 찬바람에 다 내려갔던 술기운이 올라오는 듯 어지러워진 순영이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준휘가 눈꼬리를 접으며 예쁘게 웃었다.

 

술 냄새, 단내 난다. 근데 순영아, 너 향수 써? 술 먹었는데 너한테서 향기 나.”

 

 


2.그러니까 다들 눈치 챘겠지만, 이건 짝사랑. 


문준휘, 21살 중국인 유학생. 동양화과 2학년이고 학과 내, 아니 단대 내 포지션은 대륙 남신. 대륙의 기적, 준잘 등등. 얼굴만 보고 지어진 별명이 손가락으로 다 못 꼽을 정도라나. 순영이 입학하던 해 첫 학기, 개강과 거의 동시에 잘 생긴 남자 새내기의 소문은 발 달린 말보다 빠르다는 속도로 파다하게 퍼져갔고, 무용과인 순영도 그 얼굴을 보기 전에 익히 이름을 들어볼 정도였다. 그러다 선배들이 끌고 간 예술대학 남자들끼리 모이는 술자리에서 그 얼굴을 본 순간,

 

. 어떻게 사람이 찡그린 얼굴까지 예쁠 수가 있지?

 

술이 익숙지 않아 한 잔 마실 때마다 쓰디쓴 표정을 내내 짓던 그 조각 같은 외모에,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동양화과 준잘이 쟤구나 알 수 있었다. 사실 걔밖에 안 보였다. 그리고 여느 예대생이 그렇듯 탐미주의자 권순영은 취향에 꼭 들어맞는, 아니 취향에 들어맞지 않아도 그마저 다 깨부술 듯이 깡패 같은 외모의 문준휘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거진 2년이 지난 이 때를 회상하는 이유는 거의 첫 술이라던 그 때 만큼이나 취해서 푹 퍼져버린 문준휘를 수습하러 왔기 때문이다. 권순영이 문준휘 호구라는 사실은 조금만 가까우면 다들 아는지라 자취도 아니고 통학하는 사람한테 이렇게 종종 애 좀 데려가라고 연락을 한다. 참으로 한숨이 다 나올 일이지만 그때마다 택시를 타서라도 꼬박꼬박 나오던 자신이기에 이제는 투정 부릴 말도 없다. 문준휘 호구 열일 한다 오늘도. 가끔 Q.권순영과 문준휘는 무슨 사이인가요? 반은 농담, 반은 진짜 궁금해서 묻는 가벼운 질문들. A.무슨 사이냐니, 당연히 친구지. 조금 지긋지긋한.(? 아니 이건 권순영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근데 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주량 차이도 별로 안 나면서 무슨 호기를 부린 거야.

 

, 야 문준휘. 일어나 봐. 집에 가야지.”

 

며칠 전엔 야작하더니 오늘은 또 술을 퍼마시고 있어? 이러려고 바짝 작업했냐고.

 

와아, 슨영이다아~”

 

평소에도 보통보다 30퍼센트쯤 꼬인 것 같은 발음인데 술이 들어갔다고 더욱 꼬부라져 돌아간다. 순영이 술집에 들어서서 봤을 때부터 풀어져 있던 얼굴이 더욱 녹아내리며 달콤하게 웃는다. 권순영 진짜, 문준휘 얼빠지. 이쯤 취한 사람을 보면 쯧, 혀라도 찰 만 한데 저 얼굴 봤다고 또 눈치 없이 설레는 마음에 잔소리라도 해주고 싶다.

 

 


3.취해도 예쁘고, 주정 부려도 예쁘고. 넌 어떻게 그리 예뻐?

 

라는, 태평했던 10분 전의 권순영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 택시를 타더라도 이대로 가다가 오바이트라도 할까봐 술 좀 깨자고 낑낑대면서 부축하고 걸었는데 오히려 역효과인지 길 한복판에 애가 주저앉아버렸다. , 미치겠네 진짜.

 

스녕아아아~ 건슨영~~”

 

게다가 좀 창피하게 취한 사람 티내듯 제 이름을 크게 불러대고 있다. 얘는 술만 마시면 알코올이랑 물아일체라도 하는 건지 쫌만 취해도 다음날 되면 기억이 다 날아가 있던데, 늘 쪽팔림은 온전히 정신 멀쩡한 내 몫이 되었다.

 

준휘야, 일어나자 좀. ? 너 집에 가야지.”

 

아무리 일으킬래도 힘도 말도 안 통하는 바람에 에라 모르겠다, 옆에 쪼그려 앉아 최대한 어르고 달래보고 있었다. , 야 준휘야. 나 좀 한번만 도와줘라. 나도 피곤하다 인마.

 

그 때 한창 징징대듯 순영의 이름만 반복해서 부르던 준휘가 푹, 고개를 숙였다. 어어, 잠들면 안 되지. 당황한 순영이 어깨를 잡아 흔들려는 순간 팩 고개를 쳐든 준휘가 손을 올려 순영의 양 볼을 붙잡았다. 아까부터 끼쳐오던 술 냄새가 더욱 푹 퍼지면서 예의 그 베이비로션 향기도 진해졌다. 눈을 동그랗게 뜬 순영이 제 손에 눌려 원래도 빵빵한 볼이 눌린 걸 본 준휘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 , 순녕이 햄스터 같애, 하하하. 조그맣고 볼 주머니가 귀여운 그, 설치류 동물을 닮았다는 소리는 하도 많이 들어서 익숙하지만. 사람 얼굴을 그렇게 앞에 두고 웃어 재끼면 나 좀 민망한데. 꾹 눌린 볼 사이로 도톰한 입술도 벌어진 순영이 불만을 품었지만 취한 사람 상대로 화를 내는 것도 부질없게 느껴졌다. 아니, 솔직히 문준휘라서 별로 화가 안 나는 것 같지만 이런 것까지 용서되면 왠지 억울하니까 좀 외면하고 싶다.

 

, 그만 웃어. 자꾸 웃으면 놓고 가버린다?”

 

그러자 지금까지 한 마디도 안 통하는 것 같았던 준휘가 뚝, 웃음을 그치곤 술기운에 붉어진 눈을 축 늘어트리며 대답했다.

 

놓고 가? 나 버리고 가 스녕아?”

 

미친, 이건 또 뭐야. 원래도 표정이 다양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반칙이다. 강아지 같은 새까만 눈동자가 조금 아래서 올려다보는데, 되게 불쌍해 보이면서도 되게 귀엽고, 되게 예쁘고. 이런 걸 홀린다고 하는 거지. 어떻게 자기 불리한 얘기 하자마자, . 얘 취한 거 맞아? 일부러 이러는 거지? 사람이 잘 생기고 그러면 좀 얼굴 잘 못 쓸 때도 있고 그래야하는 거 아닌가? 얘는 너무 잘 써서 문제다. 사람이 너무 좋으면, 녹는다는 표현을 하는데 얘는 마음만 녹이는 게 아니라 뭔가 이것저것이를테면 이성이라던가, 정신머리라던가,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 도덕성이라던가. 그런 것들까지 녹여버리곤 한다.

 

, 문준휘.”

 

아직도 네 양 손에 짓눌린 볼따구나, 아마도 명란젓 같이 튀어나왔을 내 입술이나, 그런 게 웃기게 보일 수는 있겠다.

 

웅 수녕아.”

 

그래도 너 취했으니까, 너 내일이면 기억 못할 테니까.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술은 네가 마셨지만 호기는 내가 부리련다.

 

뜬금없는 나의 말에 풀어져 흐릿하던 문준휘의 눈동자가 살짝 커지며 반짝이고, 다음 순간 부서지듯 환한 웃음을 지어 보여 나는 그걸 대답으로 받아들였다.

 

키스해도, 될까.”

 

말로는 조심스럽게 물어보면서, 순영은 이미 입술이 닿는 거리에 있었다. 그런 질문조차 필요 없다는 듯 다시 한 번 웃는 준휘의 입술에 순영이 파고들었다. 순영은 며칠 전 준휘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게, 술 마신 사람한테선 단 냄새가 다 나네. 근데 너라서 그런 것 같아, 준휘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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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uch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