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준] Swimming Fool

2017. 7. 7. 19:09 from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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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준] Swimming fool




저는 사실 수영장을 싫어해요,

속삭인 남자가 웃었다.



-



늦여름은 늦은 만큼이나 더위가 기승을 부려댔다. 워터파크가 처음이라는 찬은 환복 후 입장을 하며 질린 눈을 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며 짐작하기는 했다. 형들이랑은 택시를 타고 와서 주차할 필요가 없었지만 한 눈에도 남는 자리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그렇지, 기껏 금요일 휴가를 받아온 사람도 있는데. 눈치게임에 실패한 인파를 원망하며 순영을 돌아봤다. 형, 우리... 실망한 소리를 내려 하는 찬에게 순영이 선수를 쳤다. No, no, 찬...


"벌써 힘 뺄 거 없어. 여름, 수영장, 그리고 수 많은 인파! 여기에서... 물놀이란 우리에게 차선책에 불과해. 워터파크까지 와서, 언제까지 어린아이처럼 물장구나 치며 기뻐할거지? 그보다 더 즐겁게 하루를 보낼 방법이 있지!"


화려하게 열 손가락을 접었다 펴가며 멋진 척을 해대는 순영에게 멍하니 시선을 뺏기던 찬이 대답했다.


"아니 뭔 헛소리야 이 형이, 물놀이 하러 와서 물놀이를 안 하면 뭐가 재밌어요?! 됐어 사람 많아도 난 놀거야. 갈게요!"


"그건 바로 헌팅...!!!! 아니 저 놈이 형님이 말하시는데?!"


선글라스를 치켜올려가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순영의 어깨에 멋지게 그을린 색의 손이 올라왔다.


"형... 방금 그건 진짜 좀 헛소리 맞았어. 나도 놀러 온 거거든? 난 적어도 입장료 뽕은 뽑고 갈거야. 나 찬이랑 있을게 갈 때 연락해~"


어허 어허, 민규 너까지...! 파닥대는 순영의 뒷통수를 때린 승철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둘을 따라갔다. 그 뒤로 멋들어진 웃음을 지은 정한이 순영에게 손을 저으며 인사했고, 지수도 우아한 미소로 정한을 따랐다. 졸지에 달랑 혼자 남겨진 순영이 씩씩대고 섰다. 그리곤 결심했다는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아 같이 가아~!!!"



-



말은 그랬어도 순영이 개중 제일 신나게 놀았다. 사람이 많아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워터슬라이드 줄은 기다릴만 했고, 물온도는 미지근했지만 물 바깥보다야 시원했다. 파도 풀에 사람이 채이도록 많긴 했지만 파도가 올 때마다 누구보다 크게 웃으며 즐거워 했다.


점심을 먹으러 음식물 보관소로 이동할 때도 찬과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너무 들떴다며 고나리하는 동행들도 즐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실컷 떠들고, 잔뜩 웃으며 걷던 찰나였다. 일행의 맨 앞에서 한껏 휘적대며 흥분에 취해있던 순영의 걸음이 멎었다.


선두가 멈춰서자 뒤 따르던 이들도 걸려서게 되었다. 얼굴과 목소리로 물음표를 띄우던 그들은 이내 순영의 시선을 따라갔다. 예약하고서 이용할 수 있는 파라솔 그늘 아래였다. 선베드에 미남자가 앉아 있었고, 순영의 눈은 그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두던 그가 문득 이쪽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민규가 먼저 순영에게 형, 실례잖아. 왜 그렇게 봐, 말을 걸었고 이미 그는 자리에 없었다. 당황한 눈 열쌍 정도가 거침없이 걸어가는 등에 꽂혔고, 남자의 앞에 선 순영이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저 안녕하세요. 제가 갑자기 진짜 너무 떨려서 그런데요, 진정할 때까지 같이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사실 아무리 얘기 해도 진정은 안 될 것 같은데, 속으로 생각한 순영은 끝내는 울상을 지었다.


다만 무려 가슴에 손을 얹은 진심이었다.



-



순영이 뭐라 말을 걸자, 남자가 대답한 것 같았다. 순영이 한 번 더 얘기하고 나니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멀거니 쳐다보던 다섯명 중, 가장 먼저 고개를 도리질 한 찬이 순영을 부르려 했다. 그러자 정한이 찬이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한 번을 이쪽에 언질도 안 주고 그대로 남자와 출구 방향으로 나가는 순영을 보던 민규가 헛웃음을 쳤다.


"와, 어떻게 저 형이,"


"권순영 쑥맥인 줄 알았는데~"


"순영이가 쑥맥은 맞지,"


모태 쏠로랬는데. 지수가 받고 정한이 중얼거린 말에 다른 애들이 다 돌아봤다. 형 쑥맥이란 말도 알아요? 뭐어 22살이 모쏘올??! 차례로 찬, 민규였다. 야 밥이나 먹으러 가자. 승철이 결론을 내렸고 다들 그제야 생각난 듯 허기진 기분에 가던 길을 갔다. 순영이 형 뭐라고 했을까요. 모르지, 근데 아마 엄청 촌스런 말 했을 것 같다. 아하핳 민규야 너 너무 직설적이고 맞는 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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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근데 저는 사실 수영장을 싫어해요.


그럼 얼른 바깥으로 나가셔야겠네, 같이 갈까요...?


빙긋 웃은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



남자를 보자마자 아무 계획도 생각도 없이 덜컥 말을 걸어버렸는데, 라커룸에 들어간 순영은 슬슬 이게 무슨 일인지 되짚어보고 있었다. 같이 온 사람들에게 연락을 줘야할 것 같은데, 방수팩에 폰을 넣어 들어간 사람들한테서 카톡 한 번 없는 걸 보니 저도 더 지킬 의리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 물었잖아. 떠오른 순간 뒷통수를 맞은 기분에 반사적으로 옷 갈아입는 사람을 돌아봤다. 막 바지를 갈아입던 남자가 갑자기 꽂힌 시선에 주춤할 때, 순영이 소리도 못 내고 입을 벌리는 게 보였다.


"...!! ....!!!!"


"아, 이거."


그쪽 이름 맞아요? 틀려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권순영, 문신처럼 새겨진 글자는 그다지 크지도 않은데 제 눈에 뛰어든 것처럼 잘 보였다. 골반쯤에 위치한 네임이 애초부터 알았던 것마냥 익숙해 생소했다. 어버버 하는 순영에게 내내 태평해 보이던 남자가 긴장한 듯 말했다.


"그럼 있잖아요, 제 이름도 알아요? 저는,"


"문... 준휘... 라고 읽는 거 맞아요....??!?"


한자 찾아봤는데...! 먼저 뱉은 순영이 대놓고 떨리는 얼굴로 쳐다봤다. 한없이 다정하게 웃은 남자가 발음했다.


"원쥔훼이 (Wén Jùnhuī)."


동그랗게 뜬 눈으로 벙찐 순영에게 덧붙여 보였다.


"한국 발음으로 문준휘, 맞아요."


그쪽은 혹시 어디에 있어요?


수영장 한 복판에서 운명의 샹대를 만난 순영이 잔뜩 빨개져서 외쳤다. 발... 발바닥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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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uchry :